숲 에서 놀다 지친 골디락스는 누군가의 오두막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 쉬기로 한다. 식탁 위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수프가 있었다. 하나는 너무 뜨거웠고 다른 하나는 차가웠고 또 다른 하나는 적당히 식어 먹기 좋았다. 그곳에는 세 개의 침대도 있었다. 하나는 너무 컸고 다른 하나는 푹신거렸고 또 하나는 알맞은 크기여서 잠들기 좋았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동화에 나오는 수프처럼 우주에서도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적당한 온도의 영역을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부른다. 골디락스 존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역이다. 그곳은 중심 별에서의 거리로 결정된다. 훨훨 타고 있는 별에 너무 가까우면 뜨겁고 멀어지면 차갑다.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물이 흐를 수 있는 골디락스 존이 된다.
아주 오랜 옛날,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기에 태양이라는 별을 중심으로 제일 좋은 자리에 놓인 지구는 비가 내릴 수 있는 온도가 되었다. 비는 밤낮으로 퍼부었고 지구는 물바다로 뒤덮이게 되었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간 금성은 비가 내릴 수 있는 온도를 넘어 물 한 방울 없는 행성으로 남게 되었다.
태양에서 알맞은 거리에 위치한 지구는 크기도 적당했다. 천천히 식으며 지각에 틈을 만들게 되었다. 그 틈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지구 내부로 드나들며 안정적인 대기층을 형성하고 바다를 지킬 수 있었다. 지구보다 작은 화성은 빠르게 식는 바람에 갈라진 판구조를 형성하지 못하였고, 초기에 만들어진 바다는 지각에 흡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진행하는 외계행성 프로그램은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와 알맞은 크기의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고 있다. 외계 행성은 태양 이외의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말한다. 2019년 현재 나사에서 확인한 외계 행성은 4천 개가 넘는다.
대부분 해왕성, 목성 같은 기체로 된 거대 행성이지만 암석으로 이루어진 행성도 일부 있다. 이는 태양계 주변 영역만을 조사한 것으로 태양 같은 별이 수천억 개 있는 우리 은하에는 수십억 개의 지구 크기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골디락스 행성을 찾아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현재 과학 기술 수준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지금보다 더 크고 선명한 해상도를 가진 우주 망원경을 필요로 한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과학관에서 천체투영관에 상영할 영상물을 선정했다. 천체투영관에서 반구형 화면을 통해 보는 머나먼 우주에 관한 영상은 신비롭지만 난해한 설명과 음향 효과가 자장가 노릇을 할 때가 있다. 영상에 대한 집중이 필요했다.
돔 영상물 인터넷 자료 사이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곳에 게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영어로 올라온 것이었다. 나중에 더빙 과정을 거치지만 우선 그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야 했다. 외계 행성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행성이 중심 별 주위를 돌다가 관찰자 시야에 들어올 때 일시적인 빛의 세기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다.
수많은 돔 영상물 중에서 가슴속 떨림을 주는 작품을 찾는 것은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일만큼 어려웠다. 그들이 교육적이면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은지 재차 확인하는 것은 단단한 지구 크기 행성을 알아내는 일처럼 쉽지 않았다.
과학관에도 골디락스 존이 존재한다. 그곳은 관람객들 입에서 '아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지점이다. 그곳의 양 끝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워 다가서기 힘든 영역과 차디차게 식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장소가 있다.
과학관에서 관람객들이 골디락스 존을 발견토록 하는 것은 성능 좋은 망원경을 갖다 놓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