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가을

구름뜰 2019. 11. 1. 08:28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ㅡ김소월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과 기분  (0) 2019.12.14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  (0) 2019.11.05
시, 부질없는 시  (0) 2019.10.22
탱자나무와 굴뚝새  (0) 2019.10.14
달이 자꾸 따라와요  (0) 2019.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