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과 왼손을 밀착시킨다. 공기 한 톨 들어갈 수 없게 완전히 밀착시킨다. 손에 쥔 게, 또 쥐려 하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신에게 보여드린다. 욕심 다 버렸음을 확인시켜드린 후, 욕심이 아닌 척하는 욕심 하나를 털어놓는다.
『사람사전』은 ‘기도’를 이렇게 풀었다. 기도는 어떻게 해달라고 비는 행위다. 세 글자로 표현하면 ‘주세요’가 기도다. 합격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 땅에 사랑과 평화를 주세요. 즉, 아주 경건한 표정으로 한껏 욕심을 부리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행위가 기도다.
신은 간절히 기도하면 들어준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도나도 성경 옆구리에 끼고 예배당을 찾는 거겠지. 그러나 아무리 너그러운 신도 모든 욕심을 다 들어주지는 않겠지. 쩨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도 조건이라는 게 있겠지. 무엇일까.
그건, ‘주세요’ 앞에 ‘했으니’를 붙일 것. 잠 안 자고 공부했으니 합격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해야 신이 반응한다. 노력 없는, 희생 없는 욕심에 반응하는 신은 없다. 신의 모습이 사람을 닮았다면 그에게도 눈이 있고 귀가 있을 것이다. 누가 몇 시에 잠들었는지 신은 안다.
코로나가 다시 우리를 위협한다. 그 시작이 다시 예배당이라고 한다. 기도답지 않은 기도라고 한다. 사랑 없는 기도. 배려 없는 기도. ‘했으니’는 없고 ‘주세요’만 있는 기도. 못난 목사를 향한 못난 믿음이 안타깝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기도가 신이 제시하는 조건을 갖추길 기도한다.
ㅡ정철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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