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으로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세운 아이작 뉴턴은 25년간 영국 왕립 조폐국장(1699~1724년)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말년에 재산의 90%를 탕진하고 만다. 튤립과 더불어 경제사에 대표적인 거품사건으로 기록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에 투자하면서다. 당대 석학의 실패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는 출처 불명의 말이 뉴턴 어록으로 회자할 정도였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을 제시했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비정상적으로 올라도 계속 사들이는 투자 심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투자자들이 나보다 더 비싼 값에 자산을 사려는, ‘더 큰 바보’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뉴턴도 그랬다. 폭락하는 주식을 손에 쥐고 더 큰 바보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다 결국 자신이 가장 큰 바보였다는 현실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 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만 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 값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16일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넘었고, 시가총액도 1조 달러(약 1100조원)를 돌파했다. 그러다 최근 돌발변수를 만났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2일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며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비트코인 열풍에 불을 지핀 테슬라 창업자 일런 머스크조차 “너무 값이 오르긴 했다”고 슬쩍 한발을 뺐다. 두 사람의 말에 비트코인은 두 자릿수 이상 폭락하며 5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의 열풍은 여기까지일까. 4년 전 1차 열풍 당시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은 ‘더 큰 바보’ 원리로만 작동된다”면서 “나라면 모두 팔아치울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선 “나는 비트코인에 중립적”이라고 다소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지만, 폭락 소식에는 “투자자들이 광풍에 휩싸여 있다”며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사고파는 사람의 믿음에 의존해 값이 정해진다는 점은 구조적 약점이다. 나보다 비싼 값에 비트코인을 기꺼이 사려는, 믿음 충만한 더 큰 바보가 계속 나와야 한다. 믿음이 사라질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뉴턴도 못했다.
중앙일보 분수대
장주영 EYE팀 기자
*"더 큰 바보"와 '인간의 광기'는 일맥상통일까. 어떤 상황을 보는 개인의 욕망은 다르다. 걸어온 길이 다르고 주변이 다르고 현재상황도 달라서 다르다.
욕망이 난무하는 타이밍에 욕망을 자재하는 일도 만만찮은데..
'더 큰 바보'에는 이르지 못할거라는 믿음이 안도감을 준다면 바보같은 생각이려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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