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요? 한 철만 보는 거지요
존재에 대해 말하려다 실존을 봐 버렸다
모순이라고 하긴 알뿌리가 있음으로
윤회를 믿어도 될까
슬퍼? 뭐가
계속 남아 있다는 게
꽃 없이도 마음 없이도
살아있다는 게
혹은 없던 것들이
어깨에 내려앉는
빈 화분에서 뭔가 올라올 때
그렇다고 죽었다고는 말 못 하는 거
이젠 그만 멈추고 싶은
오르골을 다시 감아주면
얼마간은 더 뱅글뱅글 돌겠지
물조리개 위로 골고루 뿌려지던 절망과
슬픔의 질량으로
컴컴한 화분 속에서
우리는 한동안 벙글겠네
ㅡ임수현 <시와 반시>2022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