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정말 부드럽다는 건

구름뜰 2023. 12. 22. 07:56


토마토를 구워보면
구울수록 더 부드러워져서는
눈물이 많아져요

구운 토마토를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이후의 모습들은 저렇게 무른 모습이 좋겠어요

생각들이 뜨거워지고
제 소리를 제가 알지 못하고
당신은 가방을 메고 종일 먼 곳을 헤매니

구운 토마토를 먹으면
눈가가 붉어져서는
문득 오래전 잊고 있던 내용을
돌아다볼 듯해요

제 안의 독소를 빼내주시니

우리, 단단함에 대해 적을 것이 아니라
하염없이 무너지도록

힘쓸 일이 없도록
아침엔 토마토를 구워요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ㅡ 이규리



* '당신을 당신 바깥으로 놓아보아요'
이렇게 부드러운 문장이 또 있을까.
삶의 한계라면  
언제나 내 안에서만 사는 일일 것이다.
그러다 아주 잠깐 나를 잊는 시간을 경험할 때 대자유를 경험한다.

그건 대상에 대한 몰입이기도 하고
이타심이기도 하고, 원론적으로 본래 나로 돌아간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나를 나 아닌 일에
당신이 아닌일에 
찰나일지라도 아름다운 일이다
23.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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