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안개의 나라

구름뜰 2023. 12. 10. 08:17



안개의 나라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갯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김광규·시인, 1941-)




피어라 안개

밤마다 뒤척이는
잠의 머리맡에 그대 있어
두물머리에 섰다
남과 북
갈래를 버리고
하나 된 강에 하얗게
물안개 핀다
피어라 안개
뭍과 물
산과 강
경계를 지우고
남과 여
너와 나
분별도 버리고 피어라
피어라 안개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안개의 다른 이름은 스밈
안개가 겹으로 겹으로 피었다
그대에게 스밀 때다
안개에 젖어
안개에 스며
그리하여
그대의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까지
피어라 피어라 안개
(김민서·시인, 서울 출생)



동녘에 붉은 해가 걸리고
아침은 간밤 꿈속처럼 안개세상이다

지난밤 내 의식은 선명했지만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꿈속에서 자고 있었고. 잠 속에서 어떤 음성에 깼고 눈은 뜨기 전 상황이었다.

프로이트는' 꿈'은 사회규범이나 주변 상황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들을 무의식이라는 곳에 억압해 두었다가 꿈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간밤 꿈도 내 무의식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안개가 삼킨 집 앞 풍경을 생각한다. 안개가 의식이라면 보이지 않는 풍경들은 무의식이려나

스몄어도 스민 적 없었던 것같이
깨고 나면 꿈은 언제나 헛것인데
이편에서 보는 저 편도 안개 아니거나
안갯속이거나.

아무리 리얼했어도 꿈은 눈뜨고 보면 허상이다. 본 것도 생각도 감정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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