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나무에서 나와 나무 아닌 곳으로 들어간다
해 질 무렵이면
마음은 곧잘 다른 마음이 되어
노을을 낭비하였는데
이어지는 저녁의 이야기는
흐린 은유는
아무 때나 친절하면 안 된다는 듯
우리는 지나가는 그늘
공기조차 알아채지 않도록
그건 나무에게 이름을 걸어주지 않는 이유와 같을 것
없는 슬픔이 도와
그러므로 그래서
안녕히 가세요
나의 시간
ㅡ이규리
* 나무에서 나와 나무 아닌 곳으로
배려가 배려 아닌 곳으로
이렇게 순한 문장으로
순하지 만은 않은
어법의 대가
이규리 시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래서
선생님 시는 한번 맛보고
나면 모를 수가 없다
살다가 문득
맘 가는 시
찾게 되는 시
한 줄도 못 외우고 있어도
인식으로 와닿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추석 아닌 것처럼
지낼 요량으로 들여다본다
그러므로 그래서.,.
2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