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목 과제는 김장이다. 습관 덕분에 사 먹을 생각은 않고 해 오던 대로 하는 편이다
11월 중순을 지나면 김장에 필요한 생강이나 마늘 젓갈들을 짬 날 때마다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는 배추를 눈여겨보게 된다. 맘에 드는 배추를 만나면 바로 김장 돌입이다.
배추 때문에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그제 첫눈 오던 날, 올해 첫 농사일터인데 사돈네 텃밭 배추가 아파트까지 왔다.
농사지은 걸 받아보는 일이란 그동안의 노고를 알기에 마음을 듬뿍 받는 일이다.
이런 건 마음 아니면 흉내내기도 불가다.. 바리바리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좋은 배추란 흰 줄기가 두껍지 않고 속이 노랗고 고신맛이 나면 굿이다. 흰 줄기가 두꺼우면 절이는 정도를 측정하기가 애매하다. 적당히 손맛까지 좋은 한마디로 최상급이다.
배추는 절이는 시간도 염도는 같더라도 상태를 봐 가면서 조절이 필요하다. 숨이 먼저 죽은 것들은 일찍 선별해 가면 모두 알맞게 절일 수 있다. 절임부터 관심이다.
찹쌀풀을 쑤고 영양산 고춧가루를 붓는데 마치 장지에 빨간 한국화 물감을 칠하듯 색 이 곱게 스몄다.
1박 2일 정도의 품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 김치 양념 재료는 천일염에서부터 마늘 생강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젓 까나리액젓 어느 것 하나 순한 게! 없고 개성 강하다
맛보았을 때 아니 맛을 볼 수가 없다 짜고 맵고 등등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만나서 기막힌 맛을 내는 걸 보면 김장이야말로 종합예술 같은 일이다.
우리 집에는 비비는 것만 도와주는 일꾼이 한분 있다.
그 일꾼은 수육을 좋아해서 김장 끝나고
함께하는 맛이면 족해하니 참 맛난 일이다.
동무네도 맛 보이고. 요가원 식구들과 밥 한솥해서 김치하나로 12명이 나눠먹었다
작년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작년엔 가만있더니 1년 만에 진심을 드러낸 요 미각의 고수들.
새우젓을 많이 넣어 맑은 맛이 나긴 했다. 내 생각에도 작년보다 낫다.ㅎㅎ
한 숟가락도 안 남은 양념
아~~~ 아마도 살림쟁이 아닐는지....,
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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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ㅡ 새싹 때부터 무럭무럭 했을
배추 ㅡ 시장에서도 구경불가였던
대파 ㅡ 밭에서 다듬은 듯 단정한
들깨 ㅡ 씻어 건조한
청갓 ㅡ 풋풋 날이 선 것 같은 싱싱한
상추 ㅡ 밥 비벼 먹기 좋은
냉이 ㅡ 밭에 많다고 언제든 캐가라는
당근 ㅡ 올망졸망 색 고운
첫눈 오던 날
산타같은 사돈내외가 다녀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