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길에서 주워 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 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ㅡ박노해

도토리에서 싹이 나고 있다
연일 비였으니
틔우기 좋은 환경이었으리라
다람쥐 한데 양보하자해도
동무들은 줍느라 바쁘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루 먼저 싹을 틔운 것들은
촉수를 내리듯 흙속으로 파고들어있다
마치 어미품으로 드는 젖먹이처럼
씨앗은
기다리지 않고도 피울 수 있고
무수한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도 살아있다
끝과 시작이 한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