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나라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갯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김광규·시인, 1941-) 피어라 안개 밤마다 뒤척이는 잠의 머리맡에 그대 있어 두물머리에 섰다 남과 북 갈래를 버리고 하나 된 강에 하얗게 물안개 핀다 피어라 안개 뭍과 물 산과 강 경계를 지우고 남과 여 너와 나 분별도 버리고 피어라 피어라 안개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 것이기도 한 안개의 다른 이름은 스밈 안개가 겹으로 겹으로 피었다 그대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