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권정생 작품 두 편 재출간 | ||||||||||||||||
지난 5월 17일 별세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유언장에 있는 말이다. 평생 아프고, 평생 외롭고, 평생 힘들었던 그였기에 읽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일생을 가장 낮은 곳에서 작고 힘없는 것들을 보듬고 살아온 그의 작품 두 편 ‘초가집이 있던 마을’과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가 분도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나왔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1985년)은 ‘몽실언니’(1984년), ‘점득이네’(1990년)와 함께 권정생의 ‘전쟁 3부작’이라 불리는 작품. 1980년대 초 ‘소년’지에 2년간 ‘초가삼간 우리 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고, 1985년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경상도 어느 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겪은 6·25 전쟁 이야기가 줄거리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전쟁으로 동무들을 잃고, 가족을 잃고, 슬프게 살아가는 아이들. 권정생은 머리말에서‘어째서 그 엄청난 전쟁이 아무 죄가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야만 했을까요?’라고 적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고 서로를 아끼며 살았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편이 갈라지기 시작하고 그 상처는 전쟁이 끝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어울려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등장하는 한 가정마다의 상황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6·25에 대해 민중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서술해 놓았다. ‘우리는 해방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우리 손으로 벗겨야 한다. 네 눈앞을 가려 버린 덮개를 떼어 버려라. 그리고 눈을 떠라.’는 본문 글에서 전쟁의 상처를 꿰매고 싶어 하는 바람이 강하게 묻어난다.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1985년)는 조탑리 일직교회에서 종지기로 지낸 권정생의 삶과 많이 닮은 소설이다. 노총각인데다 가난하고, 병약하기까지 한 종지기 아저씨가 생쥐, 토끼, 참새와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을 담은 작품. 아저씨가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사람이 그립고, 장가가고 싶은 인간적인 바람에서부터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분단된 조국 현실,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아저씨는 너무 잘못한 것이 많아서 그런지 수수깡처럼 언제나 힘이 없습니다. 마흔 살이 훨씬 넘었는데도 장가도 못 가고, 왜 사는지도 모르게 밥 먹고 똥 누고 해해해해 웃으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자그마한 것들을 깊이 사랑한 그의 마음이 잘 담겨져 있다. 실제 찬 겨울이면 생쥐들이 그의 이불 속에 들어와 자기도 했다. "자다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겨드랑이까지 파고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정이 들어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두고 기다렸다." 두 권의 책에는 판화가로 명성을 쌓은 이철수 씨가 삽화를 그렸다. 동심을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삶의 따뜻한 시선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다. '초가집이 있던 마을' 366쪽, 1만 원. '도토리 예배당···' 192쪽, 8천500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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