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에 대한 반성문(1) - 권정생
주중식한테서 소포 하나가 왔다
끌러보니 조그만 종이상자에 과자가 들었다
가게에서 파는 과자가 아니고 집에서 만든 것 같다
소포에다 폭탄도 넣어 보냈다는데...
잠깐동안 주중식과 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생각했다
십년이 넘도록 알고 지냈지만 원한 살 일은 없는 것 같다
과자 부스러기를 하나 혀끝에 대어보니 아무렇지 않다
좀 더 큰 것을 집어 먹어봐도 아무렇지 않다
한개를 다 먹고 다섯시간 지나도 안 죽는다
겨우 마음이 놓인다
주중식과 나 사이는 아무런 문제없이 돈독함이 확인되었다.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
도모꼬는 아홉살 / 나는 여덟살 /
이학년인 도모꼬가 / 일학년인 나한테 /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
어느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면서 /
도모꼬는 나중에 정생이한테 / 시집가면 되겠네 /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
도모꼬가 말했다 /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 싫어요!//
오십년이 지난 지금도 / 도모꼬 생각만 나면 /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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