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박중령 사고 소식을 접하고

구름뜰 2008. 3. 7. 13:11

 "훈철이 외삼촌 아냐?"

 9시 뉴스를 보다가 남편과 동시에 터져나온 한마디였다.

큰 조카와 형의 주검을 확인하러 네팔 사고 현장에 파견되는 DNA조사팀과 함께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그림이 뉴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세상에나,,, 속초형님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던 동생아닌가.

미국에 교환 교관으로 갔다는 얘기를 몇년전에 듣기는 했지만 유엔 네팔 임무단(UNMIN)에서

평화유지활동(PKO)활동중 이번 사고를 당하셨고 뉴스를 통해서 대면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사고소식으로.

그가 영어를 잘해서 미국으로 교환 교관으로 파견되었고 하여 형님이 한달여를 미국에 다녀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진인사 대천명이라지만 똑 같은 시간에 똑같은 사고로 죽음을 동시에

맞이하는 이들의 인연은 도대체 어떤 인연인가.

 

 훈철이 큰 외삼촌이 가졌던 수많은 인적 네트워크는 그가 죽음으로서 모두 소멸되는 것인가.

그가 50으로 중령이라는 직위에 오르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나라와 가족을 위해서 살았을가.

그의 죽음으로 그는 모든 것과 이별하고 만 것이다.

과연 산다는건 죽음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3월 5일은 그렇게 암울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놓고 3월 6일 아침 8시에 권이를 등교시키다 접촉사고가 났다.

남의 죽을병보다 내 고뿔이 먼저라더니,

사고 이후로 아침부터 정비공장에 사고처리에 보혐요율에 이래저래 혼이 쏙 빠질정도로

하루를 보냈다. 상대편차와 우리차의 부딪친 지점(우리쪽이 우측 라이트 상대는 좌측라이트)이

운전자와 가까울수록 피해자가 된다나 하여 내 과실이 6이요 상대 과실이 4라고 한다.

아침에는 수리비 40만원이면 된다던 사람이 자기 과실이 적음을 알고 한 일인지

판금도색까지 추가하여 60여만이 넘게 수리비를 들였다.

20만원이나 더 많이 들여서 하게되는 수리비용의 자부담을 40프로만 떠안고

내게 60프로를 떠넘긴것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더니. 그짝이다.

 

분해하는 내게 보험회사에서 고까워하지 말란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다보면 머리가 아프네 가슴이 답답하네 병원갈수도 있다나 어쩐다나.. 

내 과실이 크면 일단 억울하더라도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수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속상했지만 털어버리기로 했다.

오늘 또 한번 깨닫는다.

아무렇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 하루가 얼마나 행복한 날이라는 것을.. 

 

권이도 이참에 알아서 등교를 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이번 사고수습의 가장 좋은 휴유증! 이다.  

어쨌거나 좋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세상 살이 악심 품지말고

좋게 좋게 사는 것으로 행복해지는 비결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사고는 났지만 권이도 나도 그리고 덕수씨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다치지 않은 것 다행이고, 하루만에 차 나와서 그것도 다행이고,

권이가 사고이후로 어제 오늘 일찍 일어나 씻고 차태워달라는 생각조차 안하고 등교하는 것

그것으로도 정말 다행이다. 

오늘, 아무렇지도 않은 오늘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야지 행복한 줄 알고 살아야지

 

어제 뉴스에서는 DNA를 채취하여 구별해내는 기술이 태국에는 없어서

한국으로 가져와서 해야하고 열흘정도 걸린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다.

훈철이 외할머니나 형님이나 그 유가족들이 오늘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내고 있을지

지옥이 따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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