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사진찍기

구름뜰 2008. 4. 16. 14:02

제니네가 이사와서 부터 나도 덩달아 바빴나 보다

한달만에야 겨우 차분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예쁜 화분까지 하나 들여다 주고 보니 이젠 제대로 다 해준것 같다.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져야 겠다.

 

시에서 담당자가 전화가 왔다.

이달의 기자상으로 뽑혔고 소식지 예스구미에도 나올거니 사진을 두어장 편안한 모습으로

보내 달란다. 컴을 다 뒤졌지만 맘에 드는 사진 한장이 없다.

혼자서 고대기로 머리를 만들어보고 사진 찍어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민정이네가 디카로 찍어 봤지만 마찬가지다.

결국 사진관으로 갔다.  찍기 싫은 마음과 지금이라도 찍어놓으면(더 늙기전에) 나중에 쓸일 있을때

좋을거라는 민정이네 설득에 나도 수긍이 갔다. 

 

편안한 사진을 요구했는데 후레쉬가 터지는 동안 내 얼굴은 더욱 경직되어갔다. 

입가가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이 들었고 찍을수록 더 부자연 스러워졌다. 

얼굴이 굳어진다는 느낌이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너무 크게 웃으면 잇몸 보일가, 눈가의 주름 생길라 조심스럽고 미소만 짓자니 영 어정쩡하고

이래 저래 아저씨는 연신 후레쉬를 눌렀고, 예닐 곱 컷을 찍은 듯 했다.

웃는것 하나를 골랐다. 

  "어떻게 해 줄까요."

아저씨는 얼굴사진을 줌하여 컴퓨터 화면 가득 확대시켰다. 분명 내 얼굴인데,  '맙소사!' 

얼굴에 점이 이렇게 많았다니,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점들,, 열개도 더 뺐다. 

점만 뺐을 뿐인데도 내 얼굴은 벌써 미백피부다! 내가 맞는데 왠지 너무 깨끗한 얼굴이다. 

 "콧대도 세워줄가요?" "머리도 부풀려 줄가요?"

아니라고, 손대지 말라고 했다. 못생겨도 그래도 나 같은 내 모습이어야지 조금만 달라지면 

인상까지 달라질것 같았다.

남 같은 내 모습이어서는 안되겠기에 참기로!했다.

 

한달 동안 메인 홈에 뜬다는데 나를 너무 알아봐도 걱정이고 너무 몰라 봐도 재미없을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들 꼭 그만큼 나를 알아봤으면 좋겠다.

사진이 쏙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집에서 찍은 사진들과는 비교가 안된다. 

 

나보다 젊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이 들어가는 아름다움은 맘에 간직하고 사니 괜찮지만, 신체는 얼굴은 몸은 하루라도 젊을 때가 좋으니 많이 찍어 놓으라고.'

 

외출할 때는 카메라 먼저 챙기면서 정작 카메라 앞에서는 이렇게 부자연 스러운 나, 

그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나,

참을 수 없는 외모에 대한 충족되어지지 않는 욕구는  어떡하나.

하기사 이건 고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

법정 스님 발씀처럼 맘을 잘 쓰는 수밖에 없다.

일체유심조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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