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 (한국화)

지란지교를 꿈구는 아침

구름뜰 2008. 4. 23. 10:06

어제가 곡우였는데 오늘에 사 촉촉한 비가 온 대지를 적셔주고 있다.
이런 날 차 한잔 할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커피 한잔을 들고 신문을 펼쳤지만 마음은 차분해지질 않더니 드디어 커피를 쏟고 말았다.
휴지로 닦아내면서 마음의 안정되어갔다.
약간 외롭고 수다가 그리운 아침이다.

행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잘해서 느끼는 것과
그것을 한다는 것 만으로 느끼는 것

내가 그림을 시작하고 느낀 것이 한다는 것만으로의 기쁨이었다.
더디 더디 나아지겠지만 처음 그렸던 그림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밑그림도 그렇고 채색과정도 그렇고 집에서 혼자 하다 보면 금세
그 속으로 속 빠져드는 나를 본다. 커피를 가져다 놓고도 잊는다.
온전히 한 곳에만 집중하는 내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내 성격이 언제부터 형성되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두 가지 세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작은 것도 무엇하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해 놓지 않고는 그것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괴팍함이 있다.
이런 점이 나를 많이 피곤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에서 잘 못 벗어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그러면서 내 맘에 들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나는 그것을 즐기는 편이다.
특히 자신은 없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은 경우가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걸 보면
아주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도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고 해야 할 '미팅'이 있다.
잘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기대도 된다.

멀리 사는 친구가 내 맘을 알았을까.
"지란지교를 꿈꾼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거리가 워낙이 멀어서 차를 같이 마시기도 불가능할뿐더러
지금 친구의 상황이 수화기를 들고 수다를 한두 시간 뜬다고 한들
마음마저 비에 젖어 더욱 무거워질 거라는 예감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황이 바뀌고 나면 달라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이런 시간을 잘 즐길! 줄도 알아야 사람이 더욱 영글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친구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지만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
클 때부터 나와는 정반대였던 여유로운 성격의 소유자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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