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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그리는 사람들

구름뜰 2008. 10. 22. 20:29



 아름다울 것도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 밋밋한 벽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구미시가족봉사단이다. 

 봉사단이 벽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도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우수프로그램 공모를 앞두고 자원봉사센터 복지사인 김윤경씨가 벽화를 제안, 채택이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미에서도 처음이지만 도에서도 벽화봉사는 처음이라고 한다. 
  기존의 환경사랑팀과 가족 봉사단은 환경정화활동을 해 오고 있었던 참이었고 벽화도 도시미관을 만드는 연장선상의 일이라 두 팀이 흔쾌히 합류, 벽화일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사업을 따고 필요한 곳 신청 받아보니 13개소에서 들어왔고 5곳을 선정 지금까지 3곳을 완성 했고(푸른꿈의의나무 지역아동센터, 고아 남계초등학교 입구 지하도, 삼성원) 이번 달은 구미시중증장애인 자립지원센터(원평1동 동사무소 복개천 쪽 벽)다.  다음 달에는 [구미기독실버빌]까지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벽화를 그리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도 않았다. 장소에 맞는 도안을 회원 중 그림을 전공한 몇몇분이 선정, 일단은 일주일 전쯤에 벽을 도배(!)하듯이 흰색으로 색칠하고 밑그림에 색깔까지 적어 놓는다. 
그리고 봉사 당일 날에는 회원 모두(유치부에서 70세 할머니)가 허름한 앞치마와 작업복차림으로 채색작업에 들어간다.   




  캔버스에 그릴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는 김성훈(35)씨는 봉사라서 그런지 그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다만 취지는 좋지만 그림이 예뻐야 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신경쓰인다고, 그리고 예뻐도 유지가 잘 안되면 공해가 될 수 있으므로 보수 작업이 필요하면 기꺼이 AS까지도 생각하고 있단다.   

 엄마가 회원이라서 오게 되었다는 구미여고 2학년 이상문학생은 친구도 함께 왔다며 교복을 입은 채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친구인 이진영학생은 “그림을 그려서 구미의 환경을 이쁘게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까지 좋게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라며 수줍은 뿌듯함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선주초등학교 2학년인 수빈이는 엄마랑 남동생과 여동생과 함께 왔단다. 종이컵에 하얀 물감을 담아 흰 꽃을 칠 하길래 이 꽃 다 수빈이가 했느냐고 물으니 “아까는 하늘색 바탕했는데요, 힘들어서 동생이랑 바꿨어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놀토만 되면 그림 그리러 가는 것을 애들이 더  기다린다” 는 수빈이 엄마의 모습은 세 자녀가 참여한 이 작업에 본인이 하는 것보다 더 뿌듯해하는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벽으로 빠져 들듯이 무릎 꿇고 앉아서, 서서, 그리고 주저앉아서 채색작업에 몰입한 어른과 아이들,, 어릴적 몰래 낙서하는 재미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것보다는 몇 배나 더 재미있고 보람 있을 이 작업에 참석한 가족 모두가 부러웠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그림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답고, 이 가을 붉게 물드는 단풍보다 더 아름답게 물드는 벽을 보면서 눈이 즐거워지고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도시를 사랑하고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자하는 작은 손길들이 있으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글 사진 이미애기자

m057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