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아내가 물었다
굴욕에 대해 아느냐고
나는
이러저러하게 대답하였다
아직 냉전 중이라서
조금 굴욕적이었다
밥을 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국욕은 밥을 깨작깨작 먹는 것이라고
[굴욕에 대해 묻다] -박철 (1960~ )
남자들 요즘 어깨 천근만근입지요.
가장 아내 밖에서 굴욕적인 일 당했나 보군요.
얹혀 사는 남편, 밥상머리 아내 바가지에 못 견디겠나 보죠?
어깨 못 펴고 밥술 뜨는 남편에게 핀잔 주듯 한마디.
그렇게 밥을 깨작거리는 것이 굴욕이라니! 멍든 자존심에 또 소금 뿌리는 격인가요?
아니겠죠. 굴욕도 꾹꾹 씹어 삼키며 불지피란 말이겠뇨. 여자에게 다줘야하는 신세.
매가본드 로맨티스트 신인 방금 펴낸 시집. 그런 일상과 풍속 순하게 퍼올리는데. 왠지 쓸쓸하네요.
이경철. 문학평론가.
이 시를 아내가 썼다면 완전 다른 맛이 났을 것 같다.
남편이 쓴 시라서 더 맛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읽어주니 무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