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시가있는 아침-굴욕에 대해 묻다

구름뜰 2009. 4. 3. 08:42

밥을 먹다가 아내가 물었다

굴욕에 대해 아느냐고

나는

이러저러하게 대답하였다

아직 냉전 중이라서

조금 굴욕적이었다

밥을 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국욕은 밥을 깨작깨작 먹는 것이라고

 

[굴욕에 대해 묻다] -박철 (1960~  )

 

남자들 요즘 어깨 천근만근입지요.

가장  아내 밖에서 굴욕적인 일 당했나 보군요.

얹혀 사는 남편, 밥상머리 아내 바가지에 못 견디겠나 보죠?

어깨 못 펴고 밥술 뜨는 남편에게 핀잔 주듯 한마디.

그렇게 밥을 깨작거리는 것이 굴욕이라니! 멍든 자존심에 또 소금 뿌리는 격인가요?

아니겠죠. 굴욕도 꾹꾹 씹어 삼키며 불지피란 말이겠뇨. 여자에게 다줘야하는 신세.

매가본드 로맨티스트 신인 방금 펴낸 시집. 그런 일상과 풍속 순하게 퍼올리는데. 왠지 쓸쓸하네요.

 

이경철. 문학평론가.

 

이 시를 아내가 썼다면 완전 다른 맛이 났을 것 같다.

남편이 쓴 시라서 더 맛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읽어주니 무반응이다. 

 

 

 

 

 

'아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과 시  (0) 2009.04.17
당신을 사랑합니다  (0) 2009.04.15
시가 있는 아침  (0) 2009.04.01
향기로운 여운  (0) 2009.02.19
사랑할수록  (0) 200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