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 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는 하나 뭐
나해철 (1956~ )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라일락...
이름 불러주면 차례로 피어나나 했더니 아니더군요.
나름으로 피어나 제각각 비밀스러운 내력 햇살에 풀어놓고 있군요
꽃들이 쓰고 있는 천의무봉 시
시샘하는 시인의 투정
꽃처럼 예쁘고 진솔하네요.
환한 바람에 빛살언어 흐드러지며 가슴 저며오는
저 환장할 꽃들의 시
이경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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