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구미, 당깁니다 | ||||||||||
사람들은 구미를 산업 도시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불과 5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근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1970년대에 수출 드라이브정책을 통해 내륙 최대의 수출단지로 자리 잡은 곳이 구미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의 구미는 문화의 향기가 충만했던 고장이었다. 야은 길재, 단계 하위지, 왕산 허위 등 쟁쟁한 역사적 인물이 배출된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 첫 영화인 ‘아리랑’을 만들었던 감독 나운규와 같은 시대에 최초의 카프 계열 영화인 ‘유랑’을 만들었던 김유영 감독이 있고 ‘봄봄’의 작가 김유정을 사랑에 빠지게 했던 국보급 명창 박록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김유영이 만든 영화처럼 그네들의 삶들은 세월 속에서 낡은 필름처럼 사라져 갔지만 분명 그 문화적 흐름은 이어지고 있으리라. 그 깊은 흐름이 경제적인 기반을 딛고 이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5월이 되면 구미에서 열리는 전국 연극인들의 축제인 ‘제27회 전국 연극제’도 그 중 하나다. 5월 28일부터 20일간 각 지방에서 출품된 최고의 연극 작품들이 경연을 펼칠 것이며 그때는 전국의 연극 마니아들을 구미 당기게 할 것이다. 인류는 산업 혁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탄탄히 했다. 그 기반들은 정신을 살찌우고 문화적 삶을 꽃피우게 했다. 구미공단을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이제 잠시 뒷전에 두었던 문화적 잠재력을 끄집어내 문화 도시로의 길을 열고 있는 구미도 그 상식적인 의미를 서서히 맞보게 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초여름에 구미와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져본다. 권미강(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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