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풀꽃과 더불어

구름뜰 2009. 8. 26. 10:18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구상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0) 2009.08.29
꽃자리  (0) 2009.08.27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0) 2009.08.25
편지  (0) 2009.08.24
낙화  (0) 200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