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일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0) | 2010.01.12 |
---|---|
청춘 - 사무엘 울만 (0) | 2010.01.11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0) | 2009.12.31 |
설레임 - 도종환 (0) | 2009.12.30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롱펠로우 (0) | 200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