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이를 데려다 줄 일이 있어 새벽 바람을 쐬었는데
서늘한 기운이 완연한 가을 같았다.
백로(白露)가 되면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고 가을기운이 느껴지는 때라고 하더니 절기는 여축이 없다.
이맘때 비가 오면 수확량이 늘어 풍년이 된다고 하니,
어제 그제 내린비로 마지막 알곡들이 영그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명절은 음력으로 정해져 어느 해는 빠르고 어느 해는 늦은듯도 하다.
하지만 절기가 양력으로 정해진 이유는 때가 음력보다 더 잘 맞아서 그렇다고 한다.
해와 달의 흐름 시차를 파악해서 자손들에게 이롭도록 태음력이 필요한 곳과
태양력이 필요한 곳을 나누어 놓은 조상님들의 지혜덕분에
농사가 본업이었던 윗세대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 내가 속한 봉사단에서 휴경지를 이용하여 고구마 농사를 몇 년간 지은 적이 있다.
모종하는 시기와 수확시기 까지 땅속 사정을 어찌 알고 거두는 날을 정할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모종한 날을 기준으로 날짜 계산을 해서 한다는 것을 알고는
농사도 과학이다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한 해는 태풍인가 비로 수확이 늦어진 적이 있었는데
고구마가 너무 커져 버려서 양은 늘었지만 상품성은 떨어져 농사를 망친 적도 있었다.
그러니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고 하는 구나 라는 말도 실감났었다..
다른 농작물들도 분명 정해진 약속의 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것 같은 아침이다.
이 가을 거두어 들일 것이 많은 농부는 보람있는 나날들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절기가 굳이 필요하지 않고, 때와 상관없이 사는 도시민들이 더 많은 사회지만,
그래도 제 때마다 해내야 할 일들이 있으니 게으름 부릴 수 없는 날들이다.
열심히 사노라면 수확의 기쁨을 누릴 날도 올테고,
잘 영글지 않았더라도 보람있는 충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정진하고 매진하는 일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다.
이 가을을 꿈꾸었을 농부처럼, 우리 삶도
절기처럼 잘 맞는 때를 맞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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