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스크랩] 폭설 오탁번 시인

구름뜰 2011. 6. 12. 10:43

 

삭 간밤에 비닐하우스가 내려 앉았다

마 했던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늘 눈이 "X나게 내려 부려땅께 마을 회관으로 나오쇼잉"

주로 삼겹살로 마음을 달래던 주민들은

뜩 다음날 이장의 마이크 소리에 다시 귀가 열렸다

방 "어제 온 눈은 X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자 "우리 동네 몽땅 X돼버렸쇼잉"

 

 

 

폭설(暴雪) / 오탁번 (낭송 이인철)


 
오탁번 시인
==========================================================================

 

위키백과

오탁번(吳鐸蕃 1943년 7월 3일 제천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고려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1978년부터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

 
오탁번 시인
출생 1943년 7월 3일, 충북 제천시
데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학력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경력 1998년 시 전문 계간지 시안 창간
수상 1997년 정지용문학상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출처 : 중년의 사랑 그리고 행복
글쓴이 : 김삼행 원글보기
메모 :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지요  (0) 2011.06.13
가는 길  (0) 2011.06.13
생명은  (0) 2011.06.09
山에 가면  (0) 2011.06.07
내게는 원수가 없어 개와 닭이 큰 원수로다  (0) 201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