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자의 자격' 합창단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노래로 꿈을 이루어 보고 싶었던 노년들을 위한 거였는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젊은 심사위원들앞에서, 배움앞에서
기꺼이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노래하는 모습은 소중한 무언가를 피워내는 진지함과 떨림까지,
몰입하여 열중하는 모습은 역시 아름다웠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다들 그런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고싶었지만 못 해본 일들, 또는 돈 안되는 일이라고, 살기
바빠서 외면하고 미뤄웠던 일 있다면, 노년기가 적기 아닐까.
할 일이 없다는 것만큼 큰 무력감은 없다..
내가 살던 아파트 벤치에는 붇박이로 반가부좌는 아니지만 종일을
참선에 든 양 미동도 없이 앉아계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쇠약한 편은 아닌데 기다리는 이라도 있는 것처럼 항상 그자리다.
또 한분은 딸과 함께 사는데. 지팡이 걸음으로 한걸음 걷고는 한 10초쯤 쉬어야 하는,
그야말로 코미디언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걸음 흉내내기에 딱 적합한,
돌을 앞둔 아이의 걸음같은 할아버지도 계셨었다.
그런데도 사시사철 엄동설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무 찾아 마실가신다.
전자의 할아버지는 이 할아버지에 비하면 달리기 선수다.ㅎㅎ
할아버지 일상 중 가장 재밌는 풍경은 귀가길이다.
날마다 약주를 한 귀가길인데 곁을 스치면 거나한 향취를 풍긴다.
안그래도 지팡이에 의지한 걸음이 취기까지 오르면, 한걸음 떼고는거의 주저 앉는다..
마트앞 파라솔의자나, 상가 앞 평상, 계단 입구, 등 가리지 않는데..
이쯤되면 처음보는 분들은
쓰러지기 직전으로 착각 순발력을 발휘, 얼른 부축을 하게 된다.
이때다 싶으면 할아버지는 손을 꼭 다잡으며,
"나좀 우리집까지 데려다 줘"하신다.
이사와 몇 년은 주로 어른들이 부축했는데 이제는 동네 어른들보다,
하교길 청소년들이 주 고객이다!
부축을 받으면 더 느려지는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는데.
한걸음 내딛고 한 30초 심하면 1분정도 서 계신다.
관심없이 지나치면 손잡은 두사람이 서있는 풍경이다.ㅎㅎ
더러 학원가다 부축 해 준 경우도 있어
남감해 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손 잡아준 이의 심성이
자신의 집까지 가기 전엔 절대 손을 놓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천지 바쁜게 없다. 더 많이, 더 천천이 함께하는 우아한 귀가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시장 갈때 있던 자리에서 장 보고 돌아와도
이심 여 미터 남짓 움직이는 정도여서 언제나 피식 웃음이 난다. . ㅎㅎ
나도 한번 부축해드린 적이 있는데. 대체로 한 번 해본 이들의 룰이랄까,
한번을 족하게 된다. 그러니 착하고 이쁜 바른생활 교육을 잘 받은
초등학생에서 중고생까지. 귀가길 파트너는 날마다 바뀐다.ㅋㅋ
때로는 거북이에서 나무 늘보로 변하기도 하시는데
예쁜여학생이 손을 잡았을때다. ㅎㅎㅎ
목석처럼, 선의 경지에 든 것처럼 앉아 있는 할아버지보다
이쁜 소년 소녀들과의 짧은 데이트를 제대로! 즐기는 모습은 귀엽다.
오늘도 그렇게 상큼하고 떨리는 귀가길 데이트 상대를 기대하며
할아버지는 즐거운 외출을 하지 않을까 .
떨림이나 설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다.
세상엔 돈하고 상관없이 가슴을 뛰게 하는 일들이 많다.
돈 안된다고 제쳐놨던 일들 있다면,
여유로운 노년을 위해서라도 원하는 일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거침없이 무언가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노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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