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우선 너무 걱정하지 마요.
힘들고 재미없긴 하지만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니까.
난 여기오자마자 분대장을 하게 됐어요.
뭐 반장 같은 건데 부대장이 시킨거나 가르쳐준거
생활관 얘들한데 전달해주는 거예요.
하고 싶어 한게 아니라 번호가 앞번호여서 하게 된 건데
귀찮고 힘들지만 뭐 이것도 나중에 나름대로
습관될꺼라고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어요.
군화신는법, 벨트 매는법, 침구 정리하는 법,
각 잡는법 직접보고 배우고 생활관 애들한데 가르쳐주고 있는데
여기 군대는 생활할수록 필요없고 쓸데없는 것만 시켜요.
길게 쓰지 않을게요..
권이 올림.
장병소포에 아이 물품과 함께 온 편지다.
군더더기 생략, 곰살맞은 데라곤 약에 쓸레도 없는
딱 경상도 머스마 그대로다.
"전쟁놀이 한다고 생각해!"
입대를 앞둔 어느날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아빠가 해 준 말이다.
수준에 맞는 적절한 위로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더니,....
아마도 입대 이틀이나 사흘째 쓴 것 같은데,
'생활할수록 필요없고 쓸데없는 것만 시킨다" 는 말에선 피식 웃음이 났다.
일부러 하는 소린지.
아직 감 못 잡아서 하는 소린지.
긴시간 아무 탈없이 쑥 커서 잘 마치고 돌아오기를,
대체로 너 나 없이 포시랍게만 지내와서 이즈음 부모맘은
군 생활에 거는 기대가 더 큰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어떤 맘일지, 어떤 상황을 견디어 내는 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잘 적응하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 정말 필요한 것이 뭔지 절로 아는
그런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무뚝뚝한 녀석인데 그래도 마음담긴 상황보고!! 라도 받고 보니 위로가 된다.
그저 잘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잘 지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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