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른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 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차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젠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 못 박힌 못처럼
굽어 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 이정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