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벌레 먹은 나뭇잎

구름뜰 2011. 9. 29. 09:42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이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느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숭숭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이쁘다

상처가 나서 이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앞으로 이 흔적 보거들랑

남을 먹여 살린 흔적으로

아름답게 보도록 해 주셨습니다.

한 줄 시가

밥 한 그릇 보다 더  위로 될 때 있지요.

사람보다 위로 될 때 있지요.

불쑥불쑥 나를 키워주는 시

이 세상 하직 할까 하던 젊은 청춘이 한 줄 시를 읽고

그 마음을 접은 이야기들도 얼마든지 있지요.

 

살아가면서 외롭고 지칠때 있지요.

마음속에 시 주머니 만들어 두었다가

힘들 때 한줄이라도 위로가 되는 시 꺼내보면 어떨까요.

평소에 시를 가까이 해두면

외로울때 아플때 큰 위로가 됩니다.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썼든 내게 와 닿는 시의 주인은 나지요.

시인은 기꺼이 그것을 준비해 주는 아름다운 사람이구요.

당신의 마음속에는 몇 편의 시가 담겨있나요.

 

비가 촉촉히 내리는 가을아침.

비 머금은 나뭇잎들이 제무게를 겨워하는 아침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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