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난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말고
산을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들처럼
수십 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않는데
매일 만난다해도
다 못 만나는 그대를
생에 오직 한 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를
- 희망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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