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詩에게 길을 묻다 특강을 다녀와서..

구름뜰 2011. 10. 2. 12:54

 

 

지난 수요일 대백프라자 문화센터에서

도종환시인의 '詩에게 길을 묻다'특강이 있었다.

 

 

한시간 일찍 도착 하긴 정말 잘했는데 맙소사 예약완료라고 했다.

하지만 200명 예약자중에 더러 참석 못하는 분들도 있으니

추가 접수를 해 주겠노라고 해서

헛걸음 했나 했는데 다행이 수강이 가능했었다. 

 

서서 들어야 하나 했는데

일찍 입장하면 좌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시간 먼저 도착한 덕분에 살짝 들여다 본 강의실 풍경이다.

 

 

20분 전부터 입장 시켰고 우리 일행은 재빠르게 점심먹고 일찍 들어가 앞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수강생들은 거의 지긋한

50대 정도의 여성분들이 대부분이고 남자분들도 대여섯명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던가

'접시꽃 당신'이라는 영화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시인, 

건강문제로 충청도 산골에서 살아가신 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른뒤에 뵙 게 될 줄이야, 

 

좋은 강의를 듣고 왔다. 

내용중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 조금 풀어 놓을까 합니다.

즐감하시길..

 

 

아이보리 바지에 베이지색 수트를 입고 나타난 시인은

건강해 보였고, 여유 있어 보였으며, 억양이나 어감도 부드러웠다.

옆에서 다정히 이야기 나누면 딱 좋을 그런 목소리였다.

부담가지 않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위 사진 이야기.

'공사중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 대신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라는 싯구를 공사현장 가림막에다

적어두고 싶다며 전화하셨다는 어느 공사장 사장님!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그 분 기어코 사용료를 내야 겠노라며

6개월 간의 사용료를 시인의 말씀에 의하면 '두둑히!' 주셨다고 한다.

아름다운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가을날, 살에 와 닿는 느낌이 이렇게 좋는 날,

시 이야기 들으러 와주어 고맙다는 인사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시로 무슨 이야길 하는지 들어봐 달라,

시의 의미와  가치 행복이야기, 아름답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대 힘겨워하지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힘겨움을 이기지 않고
아름답게 거듭나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꽃 한송이도
땡볕과 어두움과 비바람을
똑같이 견딥니다.
마을 어귀의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견디는
비와 바람을
채송화와 분꽃도 똑같이 견딥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꽃은 없다고

혹독한 시간을 자연도 함께 견딘다고,

채송화 한송이도 뜨거운 시간을 똑같이 견뎠다고,

 

 

 

 "요걸 꽃이라고 피웠어?"

"최선이예요, 확실해요?"

"네, 그럼요 최선이고 말구요."

시인은 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모든 꽃들은 최선이라고

꽃이 당신도 최선 인가요? 묻는 다면 ....

나는 할말이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최선만이 아름답지 않을까.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중에서

 

 

 사진 이야기

모 청사에도 이 싯구가 걸렸다고 한다.

공사장 사장은 사용료 냈지만 여긴 한 푼도 안 냈다고. ㅎ ㅎㅎ

사용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ㅎㅎㅎ 그렇지만 도선생님 기분,,

이렇게 바뀌어가는 모습들 좋다고,

서울 교보생명 빌딩에는 싯귀가 정기적으로 바뀌어가며 걸리는데,

 도심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격이 달라진다는 얘기 공감갔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것 여유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음미하는 인생 살 때,

꽃이 꽃으로 보이는 삶을 살 수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시인이 있다.

'시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에게 남아있던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인간다운 모습이 곧 시인의 모습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이고

그런 마음 가지고 있는 누구나 다 시인이라는 것.

 

 

 

' 내 안에 시인 있다'

이제부터 이런 맘으로 살아야 겠다.

어떤 대상이든 글이든 봤을때 내 마음이 움직인다는 건 곧

내 안에 시인이 살아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감동 잘하고 엎어지길 잘하는 나는 천상 시인인 것이다.ㅋㅋ

" 아 내인에 시인이 있었다니. 'ㅎㅎ

잊지마세요. 가끔이지만 가슴이 움직인다면,

 당신도  시인입니다.

 

누가 묻거든 내 안에도 그분 있다고,

 그 분이 계시다고 얘기해 보세요.

.

 

문학의 정서적 힘을 키워주는 능력이며 사람을 사람으로 키운다.

 

연탄재 함부로 버리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문는다'는  안도현 싯구처럼 

 

시인은

저렇게 되기까지

'어떻게 되었길래'

'고맙지 않은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ㅜ단풍드는 날 중에서..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는 순간이라는 것,

가진것,

부여잡은 것이 많아야 채워져야만 좋아하는

이 삶의 무게감을  어쩔까.

 

 

 

등잔 - 도종환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으름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하랴
욕심으로 타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기름 콩기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 쓰러뜨리고
창호지와 문설주 불사르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법구경 한권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빛이여

 

 

 

접수부터 하고 먹은 점심인데다

좋은 도반들과 함께여서 꿀맛이었다.

시간 넉넉하다면 쇼핑할수 있어  맘껏 놀다 와도 좋을 것 같다.

 

다음주 금요일 10월 7일 오후 2시에는

'가을 시 낭만 콘서트' 김용택시인의 특강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 참석해 보세요..

입장 요금은 천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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