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만삭

구름뜰 2011. 10. 4. 20:31

 

 

 

새벽녘 만삭의 아내가 잠꼬대를 하면서 운다. 흔들어 깨워보니 있지도 않은 내 작은마누라와 꿈속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 어깨숨을 쉬면서 울멍울멍 이야기하다 자신도 우스운 듯 삐죽 웃음을 문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작은마누라가 예쁘더냐, 조심스레 물으니 물닭처럼 끄덕인다. 큼직한 뱃속 한가득 불안을 채우고 아내는 다시 잠이 들고, 문득 그 꿈속을 다녀간 작은마누라가 궁금하고 보고 싶다. 잠든 아내여, 그리고 근처를 서성이는 또다른 아내여. 이 늦봄의 새벽녘, 나는 지척의 마음 한자락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제쯤 아내가 숨겨놓은 작은마누라를 내 속으로 몰래 옮겨 올 수 있을까. 번하게 밝아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내의 꿈속을 오지게도 다녀간 사납지만 얼굴 반반한 내 작은마누라를 슬그머니, 기다려본다.

- 고영민 

 

ㅎㅎㅎ

만삭의 아내는 꿈에서도 만삭이었을까.

작은 마누라는 그녀에게 뭐라고 했을까.

나를 사랑하는 두 여인이 나 때문에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미안해서 눈치부터 보게 된 상황,, 

 

잠꼬대 하면서 우는 아내라니,

만삭의 아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마는, 

불안을 만삭으로 표현한 이 시인좀 보게나.

그럼에도,,꼬물꼬물~~

슬그머니 이쁘더냐고 묻은 심사.

이쁘다고 끄덕임에 더 흐뭇해지는 이 심사를 어쩔까.

그 꿈, 혹여 지나가는 순간이었더라면 몰래 옮겨다 높고 싶은 요 심사를 보게나,,

요 위험수위를 차마 드러낸 마음 보게나  ㅋㅋ.. .  

척의 마음 한자락, 만삭의 아내보다

오지게 다녀간 내 작은마누라를

슬그머니 기다려본다는 요 남정네의 진심!을 어쩔까.

 

시로 슬며시 풀어내는 속내라니, 

사랑한번 오지게 해 본 것 처럼 빙그시.. 흐뭇해지는 시다.

꿈은 현실의 이상향, 시인의 아내는 이 시를 읽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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