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엄니의 남자

구름뜰 2011. 10. 25. 09:05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끊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는 삼베 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 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등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이게 모자(母子)다 싶었는데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긴다

어색할 땐 호통이 제일이라, 아버지한테 배운 대로 헛기침 놓는다

"엄니, 저한티 남자를 느껴유? 워째 자꾸 엉치를 뺀대유?"

"미친놈, 남정네는 무슨?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 겨"

자개농 쪽으로 팔베개 당겼다 놓았다 썰물 키질소리

"가상키는 허다만, 큰애 니가 암만 힘써도 아버지 자리는 어림도 읎어야"

신파연명조로 온통 풀벌레 운다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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