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우두커니 나무

구름뜰 2011. 11. 10. 09:57

 

 

일주문 두리기둥처럼 거침없이 위로 솟구친 향나무 한 그루,

이 종문 시인이 그대는 왜 여기 우두커니 서 있는가 물으니.

내가 왜 여기 우두커니 서 있는지 그대가 궁금해 하라고

여기 우두커니 서 있다고 대답한 바로 그 나무다.

괜히 자옥산 기슭 옥산서원 들에 우두커니 서서

이종문을 궁금하게 한 멋대가리 있는 향나무에게 다가가서

거친 살결을 짚으며 오늘은 내가 묻는다

그대, 이 추운 겨울날 여기 우두커니 서서 무얼 하시는가 했더니

그냥 심심해서 하늘에 대고 글씨를 쓰고 있다면,

이렇게 한 획 그어 올리는데 한 사백년쯤 걸렸다면,

지금도 그어올리는 중이니 말 같은 거 걸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대가 쓰고 있는 글자 대체 무슨 자냐고 했더니

뚫을곤도 모르는 놈이 시인이랍시고 돌아다니느냐며..

-김선굉

 

그냥 심심해서 하늘에 대고 글씨를 쓰고 있다고

한 획 그어올리는데 한 사백년쯤 걸렸고,

아직도 그어 올리는 중이라고,,

 

오늘도 내일도

사는 날까지.. 

우두커니 나무는

우두커니만  한다.

 

이제부터 내 나무 한 그루 정해놓고

우두커니가 안될때마다 우두커니 나무 찾아가 보아야 겠다.

나무 한 그루에 세상 모든 이치가 담겨 있다던

그나무 제대로 볼 줄 알면 다 아는 것이라던

어느 시인의 말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우두커니....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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