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내것이 아닌 것들을 위하여

구름뜰 2011. 11. 9. 08:47

 

 

봄 햇살 받으며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을 본다.

여태 저 강물 내 것이어서 어여쁘다 했는데.

오늘 저 강물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저 물이 거느린 것들 가운데 단 하나도,

저 물 휩싸안고 흐르는 시간 중 단 한  순간도,

내 것이 아니어서 더 어여쁘고 귀했던 것이다.

봄 강물 한 줄기가 내 가슴으로 흘러들면서 말한다.

네 몸의 어느 한 부위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호흡의 어느 한 숨결도 네 것인 것 없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낱낱이 꽃피는 것이었으며,

네 것이 아니어서 꽃잎 지는 것이었으며,

그래서 피는 것 지는것 다 어여쁜 것이었으며,

호흡과 호흡 사이로 출렁출렁 흐르는 것이라며,

내 몸을 한 바퀴 돌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김선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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