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오래된 농담

구름뜰 2011. 11. 12. 08:51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으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명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되 얻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근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수밖에

두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 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천양희 

- 1942년생 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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