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바보 같은 사랑

구름뜰 2011. 11. 18. 23:50

 

 

 

돌이켜보니, 사랑에는 기다리는 일이 9할을 넘었다.

어쩌다 한번 마주 칠 그 순간을 위해 피를 말리는 기다림 같은 것.

그 기다림 속에서 아~ 아~ 내 사랑은, 내 젊음은 덧없이 저물었다.

하기야 기다리는 그 사람이 오기만 한다면야

어떠한 고난도 감내할 일이지만 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던 우직스러움.

그래, 사랑은 그런 우직한 사람만 하는 거다.

 

셈이 빠르고 계산에 능한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척 얼굴만 찌푸리고 있지 잘 살펴보면

언제라도 달아날 궁리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 사랑은 그런 우직한 사람만 하는 거다.

남들은 미쳤다고 하는 일을 서스럼없이 하는,

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대가 오기 전까지는 결코 한 발자국도 떼지 않는 미련한 사람들,

그래, 사랑은 그런 우직한 사람만 하는 거다.

모든걸 다 잃는다 해도 스스로 작정한 일,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제 한 몸 불태우는 단풍잎 처럼.

-이정하

 

스스로 작정한 일

너 때문이지만

나 때문인.....

사랑은

우직해지는 일

바보처럼이 아니라

바보가 되는 일이다.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운사에서   (0) 2011.11.26
가을   (0) 2011.11.23
하늘이   (0) 2011.11.16
오래된 농담  (0) 2011.11.12
우두커니 나무  (0) 20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