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줌마 안엔 수백 수십 명의 아줌마가 숨어있다
그 수심의 깊이는 아줌마가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한다
아줌마는 현재 우리 집 안에도 앉아 있다
아줌마가 생각하는 것은 아줌마들에겐 중요한 것이다
아줌마의 생각을 알려면 아줌마들만의 은어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학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들이다.
아줌마들은 너무 오래 부엌에만 갖혀 있었다
행복한 식탁에 사슬로 매달려 있는 수저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마음은 마음이 제집인데]
아줌마들의 마음은 가족이란 밀집체 속에 너무 깊이 스며 있엇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얼굴이
아줌마들에겐 없다
아줌마들 중의 더러는 얼굴을 되찾기 위해
노라처럼 집을 뛰쳐나가지만
남편과 자식들이 뜯어먹은 아줌마들의 얼굴은
이미 제단 위에서조차 사라진 지 오래
어디에도 아줌마들의 얼굴은 없다
아줌마는 지금 우리 집 안에도 앉아 있다
얼굴이 없는 아줌마의 기형적 유전자는 아줌마들만이
알아볼 수 있다.
아줌마는 나의 어머니이고
내 딸들이다
아줌마!하고 부르면 뭔가......
가슴을 조이는 것 같은 슬픔이,
세상에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쳐진 듯한 서러운 에너지가
울컥, 하고 내 속에서 두 발로 일어선다
아줌마는 내속에 있다
수백 수십 명의 얼굴 없는 아줌마들처럼 내속에
-김상미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외 8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