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구름뜰 2012. 5. 9. 15:24

 

 

 

입술 안쪽 유일한 짐승인 혀는

눈도 손발도 없이

온몸으로 꼼지락거리는데

그 몸 어딘가 꿈틀꿈틀 천 개의 활주로가 있다는데

그 많은 공지 위로 수생의 버짐꽃이 피고 진다는데

혓바닥 빌려 한 켠에서 쟁기질한다는 이야기는 또 무어냐

 

혓바닥에 자주 돋는 뾰족한 가시 울타리 잘라내고

단순해지자

내 입속에 혀가 있는 게 아니라

혀 아래 내가 기대어 쉰다는 느낌처럼.

- 송재학

 

 

 

한 발만 더 디디면 벼랑인데 바로 거기서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가 있다. 자세히 보면 소나무는

바르르 떨고 있는데. 에멜무지 금방 새로 변해

날아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아슬함으로 잔뜩

발돋움 한 채 바르르 떨고 있는데 아직도 훌쩍

날아가지 않고 서 있는 저 나무가 기다린 것은 무어냐

소나무/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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