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금오산 단풍

구름뜰 2012. 11. 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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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라야 금오산 단풍은 절정입니다

구미 사람 아니랄까봐 연래행사처럼 이맘때 꼭 한 번은 다녀와야 합니다.

나고 싶은 사람 만나야 하는 것처럼.

금오산 단풍도 어느새 내겐 그리운 사람같은 풍경입니다.

 

멀리가지 않고도 10분 남짓이면 가능한 거리니 감사할 일이지요.

바쁘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단풍구경 못 가신 분들 즐감하세요.

 

단풍詩 함께 올립니다.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 메타세콰이어 길.

구미의 아름다운 길로 지정된 초입입니다.

 

 

 

 

단풍 / 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제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벌써 헤어져야 한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단풍 1 / 박가월


너의 죽음이

국민장이 되는구나

기껏 여름 몇 푼의 그늘

업적은 미비한데

화려한 장례식에

명산은 문상하느라

온 나라가 북새통이다.

 

 

 

 

단풍놀이 / 김현주 

 

저 
빛고운 

다비식에 
조문객이 
너무 많구나


 

 

 

* 여기 핏빛같은 이 단풍을 보세요. 빛을 받은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선연히 다릅니다.

 

너라는 단풍 /김영재

이제 너의 불붙은 눈 피할 수 없다
감춰야 할 가슴 묻어둘 시간이 지나갔다
그 누가 막는다해도 저문 산이 길을 트고 있다

 

 

 

 

안도현 /단풍나무 한 그루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오매 단풍 들겄네/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내장산 단풍/나태주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와서 보시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
함께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단  풍/ 피 천 득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 금오산성 입구

.

 

 

단풍/ 안도현

 

보고싶은 사람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가을 숲을 그린다면

바닥은 빨갛거나 노랗게 칠해야 겠지요.

이렇게 환한 바닥을 보신적이 있나요..

저는 오늘 맘껏 보고 밟아도 보았습니다..

 

 

 

 

금오산 단풍은 금오산성에서 대혜폭포 아래 그러니까 해운사 아래까지가 좋습니다.

오늘 밤 바람이 많은 걸 보니 내일이면 오늘 보았던 이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요.

하지만 봤으니,

원없이 봤으니 잘 지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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