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움직이는 누드

구름뜰 2013. 2. 19. 07:32

 

 

51

 

 

 

 

1

어떤 고요함은 도착 훨씬 뒤지만 또 어떤

고요함은 출발 직전이어서, 이상한 푸른빛

사이로 사뿐히 너는 발꿈치를 들어 올린다

 

튀어나온 젖가슴은 동요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아직 네 팔과 다리는 네 생각을 채

짐작하지 못한 듯, 아니면 벌써 잊어버린 듯

 

 

 

 

 

2

네가 팔을 뻗어 남자의 씨앗을 던질 때

잠이 덜 깬 허리도, 다리도 따라 나섰다

아직 새벽이었고 빛의 입자들은 쾌락의

 

재에 묻어 더러워졌다. 흙 묻은 밥알처럼....

공기는 부푼 젖가슴에 눌려 자국이 났고

시든 음부 사이로 벌레들이 기어 나왔다.

 

 

 

 

 

3

그냥 물이 아니라 한사코 헤엄치는 물

그냥 땅이 아니라 무작정 기어가는 땅

한 세월 너는 그렇게 오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너는 떠나가고 있는 중이다

눈 오는 오리온좌에서 습한 전갈좌까지

어두운 지층 속에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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