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낸 편지는
언제나 따뜻합니다
물푸레나무가 그려진
10전짜리 우표 한 장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낸 이와 받는 이도 없는
그래서 밤새워 답장을 쓸 필요도 없는
그 편지가
날마다 내게 옵니다
겉봉을 여는 순간
잇꽃으로 물들인
지상의 시간들 우수수 쏟아집니다
그럴 때면 내게 남은
모국어의 추억들이 얼마나 흉칙한지요
눈이 오고
꽃이 피고
당신의 편지는 끊일 날 없는데
버리지 못하는 지상의 꿈들로
세상 밖을 떠도는 한 사내의
퀭한 눈빛 하나 있습니다
-곽재구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0) | 2013.03.27 |
---|---|
좋겠다 (0) | 2013.03.26 |
즐거운 장례식 (0) | 2013.03.13 |
내 피곤한 영혼을 어디다 누이랴/김병화 (0) | 2013.03.07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0) | 201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