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게 세상사라고. 한 발짝 물러서 관조하는 달관의 인간상을 제시한 고사성어이다. 파도 높고 바람 드센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단 있는 단구의 시인은 참으라고 참는 법을 배우라고 그 너머에 봄이 있다고 조곤조곤 말한다. 세상 상아가는 데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라고.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은 잠시 접어 낮은 곳에 두라고 권한다.
사랑하는 일. 사는 일 또한 그와 같다고 한다.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 타지 말고 낮게 낮게 밀물지어야 한다고. 크고 작은 상처 없는 사랑은, 삶은 없다고. 그 상처를 견뎌내면, 인고의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마침내 꽃이 피는데 그 꽃피울 차례가 겨우내 인내한 당신 앞에 있다고. 다시 봄 앞에서 침고 견딘다는 인내를 생각한다.-곽효한
삼월도 금방일것 같습니다. 벌써 5일, 노는 일로 시작해서 그럴까요. 절기상 겨울은 갔어도 추위는 여전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밤바람이 그렇기도 하고 한낮에도 응달에 서면 그렇습니다.
베란다 화단에 어떻게 날아들었는지 신기한 잡풀들이 무성합니다. 볕이 좋아서 어제는 한참을 정리를 했습니다. 흙속에 있었던 것인지 15층까지 날아든 씨앗들인지 근원은 알 수 없지만, 봄이라고 봄이 왔다고 아우성치는 것 같은데. 나만 웅크리고 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도 봄이거니 하면 옷깃을 여미면서도 마음은 덜 춥습니다. 봄날은 와도 짧지요. 아주 잠깐. 다시 순환이고요. 언제나 순환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구요.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겨울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을까요. 저는 그냥 올 봄이나 보내는 겨울에 대한 중첩에서 지낸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너무 슬프거나 기쁘지 않게, 너무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게, 둘다요. 물론 오지도 않은 봄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있지요. 기울어 지고 싶을땐, 내가 기울어지고 싶으면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하다면 기대보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너무오래는 말고요. 잘 견디는 것도 잘사는 일이고 한번씩은 견디지 않기 해보는 것도 잘 사는 건지 모릅니다.
삼월, 왔으면 좋겠는 님보다 어김없이 때되면 알아서 오는 사계가 있으니 좋지요. 지금 봄의 전령들은 구석구석 제자리에 와 있겠지요, 혹여 겨울이 시샘하거들랑 가볍게 터치해줘도 좋을 여유 가져 보세요. 꽃샘이 이리와 내가 한 번 더 너를 받아주마고.... ㅎㅎ 춥거나 따뜻하거나 또는 뜨겁거나 차갑거나 다 받아주고 싶은 아침입니다. 봄의 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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