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교대역에서

구름뜰 2013. 4. 15. 09:33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로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김광규(1941~)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고 해야 할 말은 무엇일까.

나는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하고

차 있기도 하고 텅 비어 있기도 하고

괜찮을 때도 있고 괜찮지 않을 때도 있고,

뭔가는 소멸되기도 하고 뭔가는 생성되기도 하고

아무 말 하지 않는 편이 나을까!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서울로 간 내 고향친구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서울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서울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일까! 귀하게는 귀향, 귀촌을 한 친구도 있지만, 잘 버티는 친구가 더 많다. 버틴다는 건 서울에 살지 않는 내 생각일지 모르고 그들은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승역 아니었다면, 서울 아니고 대전이나 대구나 부산이었다면 달랐을까. 서울에서 오래 산 지인들은 어느새, 대체로 서울적!(시골적이지 않다거나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서를 뭉뚱거려서..)이다. 서울 친구나 친척들만 만나본 나로서는 지인들 모습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에 대한 느낌!!은 없어진다. 빛 바랜 사진 같다는 느낌마저도 없다. 이런 마음의 저변에는 어떤 기대감이 있었을까...

 

 반세기 만에 만나도 가던 길 가는 것...

 시인은 현대인의 삶을 서울이라는 공간, 교대역이라는 환승역에서 포착했다. 그것이 설령 '반세기 만의 만남일지라도....'는 서울이어서, 서울사람이어서..가능한 것 아닐까. 나는 자꾸만 그렇게 몰아가고 싶다. 내가 시골에 살고 있어서일까.  시골쥐는 서울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물론 서울쥐도 시골쥐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 않을 것이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각자 자신이 가야할 곳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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