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누군가

구름뜰 2013. 5. 8. 08:50

 

누군가 등산로에
채송화를 심었다
채송화 꽃이 피었다

누군가
봉숭아를 심었다
봉숭아 꽃이 피었다

누군가
내게 마음을 심었다
나도 꽃이 되었다


- 고창영의 시집《힘든줄 모르고 가는 먼길》에 실린 시〈누군가〉중에서 -


* 맨 땅에 꽃을 심으면 꽃밭이 되고 나무를 심으면 푸른 숲이 됩니다.
맨 땅처럼 마르고 지친 내 마음에 누군가 들어와 사랑을 심으니
나도 어느새 꽃밭이 되고 푸른 숲이 됩니다. 

 

오늘자 고도원의 아침편지 입니다.

'누군가'라는 글귀가 봄밤에 듣는 음악처럼 잔잔하게 와 닿습니다.

 

 

 

 

 

 구미에서 동명을 지나 팔공산 가는 길에는 시누이 올캐간이라는 두 할머니가 운영하는 칼국수 집이 있는데요. 지난 삼월쯤이었을까요. 처음 들렀는데 먼 친척집 온 듯한 집이었습니다. 화단에선 자색 새순들이 쑥쑥 올라오고 있었는데요 나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요것이 무슨 꽃인가 싶어서 카메라에 담고 있었지요. 

 

  "목단꽃이 피면 연락하리다 꽃 피면 한번 더 오소." 

 

 할머니 말씀이 꽃 같아서 할머니 폰에다 제 번호를  '목단꽃'이라고 저장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잊었는데요. 어제 오후 사진 한장과 함께 카톡이 왔습니다.

 

"목단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꽃핑계 대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좋은 때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님 있다면 함께 놀고 싶은 맘 절로 이겠습니다. 봄이라서,  봄밤에 듣는 음악이 좋아서, 봄밤에 부는 바람이 훈풍이어서, 별이 총총해서 별이 뜨문뜨문해서, 달이 없어서 달이 밝아서... 그래요 무수히 많은 이유들은 무수히 많은 그리움인지도 모르지요.

 

 잎이 나고 꽃봉오리 시절을 보는 동안, 은연중에 꽃이 피면 연락할 이가 있다는 마음 있었겠지요. 팔공산 가는 길 화단에 목단이 흐드러지게 피는 칼국수 집에는 손님을 꽃처럼 대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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