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사랑했네
나는 그를 사랑했네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네
그는 나를 사랑했을 뿐
나는 그를 사랑했을 뿐
우리는 서로 사랑할 틈이 없었네
우리는 자신의 사랑을 사랑하기에 바빴네
그는 나를 아직도
-김록(1968~ )
‘서로’나 ‘우리’의 용법은 너무나도 다양하며 심지어 난해하다고 할 만하다. ‘서로’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해도, 혼자인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우리’는 복수의 집단을 겨냥한 대명사이면서도 소유격 단수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마누라’ ‘우리 신랑’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구조’ 역시 애매하기는 매한가지다. 뼈대만을 의미하는 구조가 특별한 관계를 상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이 산소 25.5%, 탄소 9.5%, 수소 63%, 질소 1.4% 등등의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그 구조 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각자’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조적으로 각자에게 충실하면서 ‘서로’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서로에게 던지고, 개별 구조물이 빚어내는 일시적 충돌을 심지어 사랑이라고 믿는다.
-조재룡
'개별 구조물이 빚어내는 일시적 충돌을 사랑! 이라고 믿는다'
시평도 구조적이다.
시가 난해할 때 평은 독자에게 가교역할을 한다.
시 평이 시보다 더 좋을 때도 있고, 시평이 시의 감상을 제한하기도 하는 맹점이 있다.
사랑은 결국 자기애라고도 한다.
냉철해서 현명해서 자기애라고 아는 것과,
반대로 가령 철저하게 '당신만을'의 차이점은 뭘까.
개별 구조물!은 개별로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의 사물화한 경향이 금기를 깨지 않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개별 구조물을 떠 받치는 한 축이 되기도 할까.
어쨋거나 매우 비시적(非詩的)이다.
'개별 구조물이 빚어내는 일시적 충돌을 심지어 사랑이라고 믿는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