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하고 만디린 주스
달콤 달콤 부풀어 오른다
달콤 달콤 차고 넘친다
액체에게 마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고백을 하고 돌아서서 만다린 주스
고백을 들은 너는 허리를 숙여 구두끈을 고쳐
맨다
고백과 함게 작별이 시작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액화되었습니다
액화되었습니다
(......)
가만히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어제의 고백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심정
우리에게 식탁과 의자와 바닥과 불안과
어제보다 조금 더 묽거나 조금 덜 묽은 액체가
있었다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달콤달콤 다시 부풀어 오른다
달콤달콤 다시 차고 넘칠 때까지
-이제니(1972~)
사랑한다고 말할까 말까 무지무지 망설였네. 만다린 주스 한잔 앞에 놓고 오, 용기를 다오, 나를 응원해 다오, 주문을 외네. 만다린 주스 응원으로 나, 겨우 사랑한다 말햇는데 어렵소, 구두끈 고쳐 매고는 달아나려는 사람 고백하자마자 녹아버린 허무한 우리, 괜히 말했습니다. 액화되었습니다. 싱겁게 무심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어제의 고백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 나는 조슴 더 단단해졌습니다. 울적해진 달콤한 주스 언제 다시 부풀어 오를 수 있을까요. 언제 다시 차고 넘칠 날 또 있을까요?
-조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