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이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구석에
철 늦게 핀 여름 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듯
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 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2층
땅의 2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인정의 하늘이 가까워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다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당에만 소음이 있는 줄만 알았더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은 먼저 있는 줄 알았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이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김수영 '여름밤' 1967,7,27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때 발생하는 소리'
사랑의 소리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속에서 살고 있는지.
하늘 소리, 땅의 소리
소리속에 침묵이 있고 침묵속에도 침묵소리가 있다.
하늘소리는 천둥이 오기전 침묵과 천둥까지 더해진소리다.
사랑은 너와 나의 소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