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엄마 걱정

구름뜰 2013. 8. 2. 17:37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1979년 연세대학교 입학,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 계기로 작품활동

1985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에 '안개'가  당선되었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기자로 일하며 지속적으로 작품 발표,

1989년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종로의원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뇌졸증으로 알려져있다. 만 스물 아홉에 요절이었다.

같은 해 5월 유교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발간되었으며 시집 제목은 평론가 김현이 정햇다.

5살때부터 죽을때까지 현재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살았으며

현재 경기도 안성시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혀있다.

묘비에는 세례명 '그레고리오'가 새겨져 있다.

기형도의 무덤은 문학을 동경하고 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성지다.

시인의 요절과 죽음의 그림자 짙게 드리워진 시집은 이후 기형도 신화를 빚어냈다.

 

*기형도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엄마 걱정' 이다.

문득 어린시절을 혼자 보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다가 생각난 시다.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오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잘 형상화된 작품이다.

 

* 내게 기형도 시인은 '입속의 검은 잎'로 기억된 시인이다.

한 5-6년 쯤 전이다. 구미여고에서 골들벨 프로그램이 녹화방송 되었는데. 

마지막에 두 여학생이 남았고 49번인가 50번 문제에서 문학문제가 나왔는데

기형도의 유고 시집 제목을 적는 거였다. 나는 기형도시인에도 익숙하지 않은 때 였고, 뭘까 하여 보고 있는데 두 여학생 다 '입속의 검은 잎'이라고 적어 냈고 둘은 전국 최초로 구미에서 그것도 여고에서 골든벨을 두명이 울리는 영예의 자리에 올랐다. 

골든벨 두명과 함께 기형도 시인과 '입속의 검은 잎' 은 골든벨 문제를 계기로 알게 되었다. .

 

* 2년 전 이던가 구미여고 도서관엘 취재 갈 일이 있었다.

도서관에 김용택 시인의 특강이 있는 '명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강연이 원하는 학생들만 미리 신청을 받았고 도서관에서 열렸다.

도서관 출입구 쪽 벽 상단에 액자가 하나 걸려져 있었는데 문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구미여고 골든벨 편을 지켜본 시청자분께서 강원도인가 경기도 쪽이었는데.

인상적이 었노라며 두명이 난 것을 축하한다는 서예글씨를 학교쪽으로 보내왔고,

그것을 또 학교에서는 액자에 넣어서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 것을 보았다.

그것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린시절을 혼자 지낸 지인에게 이 시를 보내려 한다.

기형도 시인은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고 했지만

지인은 어떤 마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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