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안에 있는 살구나무는 밤마다 흠씬 두들겨 맞는다
이튿날 가보면 어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부러져 있고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가 깨진 채 떨어져 있다
새파란 살구는 매실과 매우 흡사해
으슥한 밤에 나무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도 할 것이다
언니보다 더 큰 나와 붙어 다닐 때 죽자고
싫다던 언니는 그때 이미 두들겨 맞은 게 아닐까
키가 그를 말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 키가 평생
언니를 때린 건 아닐까
살구나무가 언니처럼 무슨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매실나무도 제 딴에 이유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한쪽은 아프고 다른 쪽은 미안했던 것
나중 먼 곳에서, 어느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인생처럼 그 나무가 나무를 서로 모르고
‘이 나무열매는 매실이 아닙니다’라고 적어 달았다가
‘이 나무는 살구나무입니다’라고 바꿔 써놓았다가
-이규리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연두꽃이 좋다던 선생님이
이 시에 대해서 얘기해 주던 시간도 있었는데
아침 신문에서 성함 뵈니 출렁 한순간에 단풍 들었다
화단 빛이 고와서 카메라 들고 나간지 열흘쯤 전이었던가.
연두였다가 초록, 노랑, 주황, 빨강으로 보내는 과정이 순정하다
사람사이에도 때가 있을까.
마음가는 것이 때일까.
아니겠다.
마음이 가되
걸림이 없어야 순리 아닐까
멀리있어도 좋은 이름있다면
아직도
그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