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구름뜰 2014. 3. 7. 22:24

 

나는 언저리를 사랑한다

언저리에는 피멍이 맺혀 있다

 

시대의 어려움을 방종의 구실로 삼지 말고 자기 탓으로 돌리지도 말 것

양자 다 어둡고 진지한 표정으로 흥청거리는 꼴을 볼때 마다 혓바늘이 돋는다

 

나무가 되기 위해 씨앗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목적 때문에 생을 망쳐서는 안 된다

 

시- 점화의 순간, 혹은 비상의 순간

그러나 그것을 초월이나 해탈이라고 말하지 말 것

 

생각해보라,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예술가로서의 한 평생은 초보자의 자동차 운전과 흡사하다

쉴새없이 궤도에서 빗나가지만 그때마다 다시 돌아온다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정으로 간다

예술은 그 반대이다

 

스스로 자신의 시신을 거둘수 없음

그것이 슬픔의 뿌리인지 모른다

 

처음도 끝도 관찰! 너는 눈이다

잠깐 잠깐 눈 뜨는 졸린 눈이다

 

반성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다

 

이야기된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

 

나는 상처 속에서 아이들을 낳는다

상처는 남자들의 자궁이다

 

가장 안전한 집은 무덤이다

 

언어의 절대적 자유는 언어 자신의 죽음이다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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